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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라이프게임즈/100일게임_1기

쿰라이프게임즈/100일게임/DAY1. 안녕?

by 예쁜바다 2017. 11. 8.


쿰라이프게임즈가 도대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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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_198911100200
024 정예림


28세의 해광이와 22세의 미영이가 만났다. “웃자:D”라는 가훈을 정하고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미영이와 이제 신대원생이 된 해광이는 사회적으로 자리가 잡힐 때까지는 2세 계획을 좀 미루자며 둘만의 행복한 신혼생활을 꿈꾸었다. 


나는 태생부터 급한 성질을 타고났다. 엄빠가 좀 더 신혼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1, 2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좋은데, 급했다. 엄빠가 알콩달콩한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나 보다. 엄빠가 결혼한 그해가 가기 전, 나는 세상에 왔다! 


☞작전명_198911100200


89년 11월 9일 저녁, 엄마는 “내일 퇴원해도 좋습니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퇴원 짐을 꾸렸다. 아직 예정일이 한 달 넘게 남았으니까, 이제 퇴원하면 슬슬 출산 준비물을 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물론 그 당시 전도사 가정의 경제 상황이야 뻔한지. 엄마, 아빠 두 분 다 빠듯한 살림을 고려해 몇 주 전에 준비하려 했다고 한다. 당사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니까 주변 분들도 느긋해지셨다. 


그런데 일은 그다음 날 새벽에 일어났다. 새벽 두 시.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산모분, 출산하실 것 같아요. 병원으로 빨리 와주세요. 아기 속싸개와 겉싸개도 들고 오셔야 합니다”   저녁부터 진통의 기미가 슬슬 보였지만, 너무나 어린 엄마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경험 많은 의료진도 아직 멀었다며 집에 가서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오셔서 퇴원수속 밟으라며 아빠를 집으로 보냈다. 간밤,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갔고, 두려움에 떨기만 하던 어린 엄마는 거센 항의로 의료진을 모두 집합시키고 보란 듯이 분만실로 향해 30분 만에 아기를 세상으로 내보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한 달 하고 보름 빨리 나는 세상에 태어났다. 


그 시각 집에서는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상황이었다. 세상모르고 자고 있던 아빠는 할머니의 등짝 스파이크와 함께 잠에서 깨어 동산동과 병원 일대를 뒤지며 나의 첫옷, 속싸개와 겉싸개를 사기 위해 돌아다녔다. 문 연 곳도 없고, 그 시간에 문을 열 리가 없었다. 그냥 병원으로 온 아빠는 출산의 순간을 함께 하지 못했다. 엄마는 아직도 이 일로 아빠를 구박하곤 한다.


  나는 아직 피부가 완성되지 않아, 휴지를 물에 개어 덕지덕지 붙여놓은 것처럼 사람이 덜된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다. 처음에는 제대로 울지도 못했다고 한다. 배냇저고리조차 없던 나는 병원에서 준 수건 한 장에 쌓여 엄마의 병실로 옮겨졌고, 그 상황에 있었던 아빠는 할머니의 두번째 등짝 스파이크를 면할 길이 없었다


“네 딸 나오는지도 모르고 애비라는 사람이 아무 준비도 없이 자고 있었나!” 종종 나의 출생기를 이야기해 주시며, 신나게 웃으시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선하다. 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할머니가 늘 이야기하셨다. “손 귀한 집 첫째가 남자가 아닌 여자라서 조금은 실망했는데 막상 보니 그 마음이 달라졌다. 갓 태어난 아기의 쌍커풀은 짙고, 보조개도 쏙 들어가고 콧대는 하늘을 찌르고 정말 갓난아기인가 싶을 정도로 예뻤다.” 


잘 울지도 않아 순하고 조용할 거라 모두가 생각했다. 하지만 곧 병원이 떠나가라 울기 시작했고, 긴 팔다리를 바둥거리면서 온몸으로 바뀐 환경에 대한 예민함을 표출했다고 한다. 그때 우리 엄마는 확신했다 “이 녀석 꽤 까탈스럽고 예민하겠군..” 
그렇게 까칠, 예민 대마왕 예림이는 태어나기 대작전인 “작전명 198911100200”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