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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유치원 사택에 살 때의 일이다. 그때는 엄마가 유치원 교사였고, 유치원 원장님께 아들 하나가 있었다. 나랑은 나이 차이가 2살 나는 오빠였고 그의 이름은... 숭이었다. (물론 가명)
외동으로 자라는 오빠에게 나는 더없이 좋은 동생이었다. 그때는 나도 복길이가 없을 때라 오빠 오빠 하며 잘 따라다녔다고 한다. 유치원 놀이터에 돌로 된 미끄럼이 있었다. 나는 그걸 타고 내려오는 걸 아주 좋아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겁쟁이 인건 똑같았다. 거길 매번 혼자 못 올라갔다고 한다.
어른들 눈에도 유치원의 전경은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 전경에 그림처럼 붙은 유치원생 커플. 그게 바로 우리였다. 오빠는 어딜 가나 앉을 자리를 손으로 털어 앉혀줬고, 물이면 물, 부채 면 부채, 동화책에 나오는 공주처럼 나를 대해줬다고 한다. 한 번씩 오빠네 집에 놀러 가면 코코아 찻잔에 받침을 바쳐올 정도로 끔찍이 나를 예뻐했다고 한다.
나는 그때만 해도 부끄럼이 많은 아이였다. 슈퍼에 가면 말을 건네지 못해 아이스크림을 사지 못할 정도 였다고 한다. 한날 엄마가 나 혼자 심부름을 보냈다. 역시나 말도 못하고 서있는데 백 마 찬 왕자님이 나타나서 그걸 대신해줬다고 한다. 그러고 몇 번 더 그렇게 심부름을 보냈는데 그때마다 항상 오빠가 곁에 있었다. 한마디씩 말을 건넬 수 있게 어르고 달래어 결국 그 심부름 미션을 성공했다고 한다.
그 이후에 아주 강력한 사건 하나가 있었다. 우리 집은 2층이었다. 2층에는 아주 어린 반이 있었는데 그게 엄마반 교실이었다. 거기서 바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그게 오빠반이랑 연결되고 그 반을 관통해서 나오면 우리반으로 갈수 있었다. 비가 엄청 많이 내리는 날이었는데, 무슨 일이었는지 그 계단을 통해 내려왔다. 7살 반 언니 오빠들이 뒷문을 열고 나오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왜 5살 반 아이가 7살 반에 오냐고 세차게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오빠가 나를 딱 잡더니 "오빠가 데려다줄게!!! 너네 비켜!!!"
그때는 오빠가 나보다 키가 크고, 굉장히 멋있었다. 물론 지금도 멋있다. 하지만 나는 자라서 이렇게 어른이 되었는데 내 기억 속의 오빠는 아직도 7살 꼬맹이의 영상으로 남아있다. 굉장히 귀여운 꼬맹이로 남아있다. 멋있긴 하지만 귀여운 게 더 크게 남아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유치원 공식 세기의 커플이 되었다. 바깥놀이 때 더욱 당당하게 데이트를 즐겼고, 나는 오빠를 독점할 수 있었다.
자라면서 간간이 오빠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그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오빠는 항상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 "꼬맹이 언제 이렇게 훌쩍 컸노, 이제 나보다 훨씬 크네."
이젠 훌쩍 자라 오빠보다 더 큰 내가 되었다. 오빠가 전도사님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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