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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아지트라... 우리 남매에게 아지트는 바로! 명장 도서관 어린이실이었다. 아지트=도서관. 너무 재미없어. 하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아지트가 있었다. 바로 동굴! 아마 9살 무렵인 것 같다. 우리 집에는 내 키만 한 서랍장이 있었다. 맨 위 칸을 연 다음 얇은 이불을 걸치고 닫는다. 그런 다음 이불을 펼쳐 텐트처럼 공간을 만들고, 바닥에는 아빠의 무거운 주석 책을 두어 직각삼각형의 공간을 만든다. 그럼 초등학생, 유치원생 2명이 놀 공간이 충분히 생긴다. 생각보다 굉장히 아늑한 공간이 너무 좋았다. 왜 이런 공간이 좋았을까? 아직도 나는 그런 구석진, 후미진 공간이 좋다. 왠지 안정감이 든다.
집안의 온 이불을 꺼내어 바닥을 푹신하게 만들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랜턴을 켜놓고 책도 읽고, 고개만 밖으로 쏙- 내밀고 TV도 보고, 간식도 거기서 먹겠다고 들고 들어가고,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거기서 잠도 자겠다고 기어들어갔다.
한번 설치(?) 하면 이틀이고 삼일이고 해체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우리의 아지트부터 해체되었다. 안 그래도 작은 집이 더 좁아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처음에는 부수기 싫다고 난리였지만, 곧 우리는 해결책을 알게 되었다. "치워!" "네~"하고 엄마가 나가면 다시 만들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싫은 내색이 아닌, 낄낄거리며 해체작업을 했다. 부수면 만들고, 만들면 부수고 우리는 아지트를 설치하고 해체하는 재미가 더 좋았던 건 아닐까?
우리에게 2층 침대가 생기면서 더 이상 우리들의 동굴을 만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서랍은 폐기해버렸다. 아지트의 형태는 바뀌었지만, 결국 그렇게 어둡고, 침침하고, 아늑한 공간에 대한 열망이 우리에게 2층 침대라는 새로운 아지트를 선물한 셈이 되었다. 2층 침대에도 비글미를 뽐내는 현실 남매는 많은 추억이 있다며.. 그건 나중에 쓸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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